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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댁의 아파트 관리비 새고 있진 않나요 | 2부] (4) 탈 많은 하자보수 작성일 201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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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 H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5월초 하자(瑕疵) 보수 공사를 담당한 D업체 등을 상대로 1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주민들은 시공업체에서 받은 공사비 6억5000만원을 D업체에 주고 2009년 5월부터 6개월간 건물 균열 보수와 도장 공사를 했는데, 부실 공사였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7월 초 주민들은 본지 취재팀에 지하주차장 1·2층 천장의 갈라진 부분들을 보여줬다. 주민들은 "갈라진 곳이 100군데나 된다"며 "비가 오면 일부 틈새에선 뿌연 석회수가 바닥에 뚝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아파트 맨 위층인 19층에 사는 정모(53)씨 집 베란다 천장엔 빗물이 스며 나오면서 생긴 3~5㎝ 길이의 종유석(鐘乳石) 10여개가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D업체는 "우리가 한 공사에 문제가 없었는데 주민들이 억지를 쓰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계약한 하자 보수 공사는 주민들이 말하는 하자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광주광역시 서구 H아파트의 한 주민이 갈라져 물이 새는 베란다 천장을 가리키고 있다. 이 아파트에선 2009년 하자 보수 공사를 했지만, 주민들은 보수업체가 부실 공사를 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낸 상태다. /김영근 기자

↑ [조선일보]주택법 시행령에 규정된 공사별 하자 보수 책임 기간. 급증하는 하자 관련 분쟁. 준공 연도별 아파트 가구 수.

아파트 시공업체는 건축비의 3%를 하자 보수 보증금이란 이름으로 보증보험에 예치한다.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건축물 하자에 대비해 미리 떼어놓는 것이다. 대형 단지는 보증금이 100억을 넘는 경우도 있다. 주민 재산인 아파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조성한 목돈인 셈이다.

그런데 아파트 하자 보수 문제를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고, 비리 입주자대표와 보수 업체의 유착, 전문 브로커들의 개입으로 하자보증금은 관리비만큼이나 줄줄 새고 있다.

국토교통부 '하자 분쟁 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분쟁은 2010년 69건에서 2011년 327건, 2012년 836건으로 2년 만에 12배로 늘었다. 올해도 6월말까지 652건이나 접수됐다.

2011년 경북 문경에선 아파트 입주자대표가 하자 보수 보증금 1억7000여만원을 빼돌린 뒤 시누이에게 맡겨두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2009년 대구지검 특수부는 경북 경주의 아파트 주민들에게 시공업체를 상대로 하자 보수 소송을 내라고 부추긴 뒤, 사례금으로 3억1000만원을 받은 소송 브로커 박모씨 등 4명을 기소했다. 박씨는 소송을 부추기며 알게 된 주민들에게서 9억원대 하자 보수 공사를 따내는가 하면, 포항에선 시공업체에서 받아낸 하자 합의금 2억1000만원을 주민들에게 주지 않고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이 밖에도 몇 년 전 견적서를 부풀려서 하자 보증금 83억원을 타낸 뒤 나눠 가진 혐의(사기)로 전모씨 등 건설업자 18명과 아파트 입주자 대표 28명이 무더기로 형사처벌된 사례도 있었다. 이들에겐 주민 재산인 아파트를 보수하는 데 사용해야 할 하자 보증금이 주인 없는 '눈먼 돈'이었던 셈이다.

아파트 하자 보증금을 노리고 소송을 부추기는 변호사들도 있다.

이런 변호사들은 20~30%나 되는 성공 보수를 요구하는 데다, 주민들은 수천만원씩 하자 보수 감정(鑑定) 비용까지 내게 되면서 실제 승소해도 '쥐꼬리 배상'만 남는 경우가 다반사다. 2년 전엔 경기 군포 아파트 주민들이 맡겨놓은 하자 보수 소송 승소금 3억원을 개인 빚 변제, 사무실 운영비용 등으로 써버린 혐의로 변호사가 검찰에 구속기소된 일이 있었다.

일부 하자 보수 '기획 소송' 전문 변호사는 하자 보수 업체와 동업(同業) 관계를 구축하고, 자기가 소송을 맡은 아파트의 공사를 따낼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게 법조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문가들은 하자 보증금이 줄줄 새는 현상을 막기 위해선 비리 입주자대표들에 대한 감독·처벌을 강화하고, 소송으로 비화하기 전에 시공업체·주민 간 합의를 유도하는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국토부는 최근 하자 보증금을 소송 비용·변호사 성공 보수 등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면 최고 2000만원 과태료를 물리고, 하자 보수 보증금 사용내역은 30일 내에 지자체의 점검을 받도록 했지만, 제재·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출처 : 조선일보